아이들에게 독서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접하게 하고 장난감처럼 책을 가지고 놀게 하고 싶어서 밤에만 책 정리를 하고 낮에는 지저분해도 바닥에, 책상에, 소파에 책이 널려있어도 그냥 두곤 했었죠.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은 누구나 할 것 같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집 근처 어린이 도서관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다녔습니다. 책을 빌리기 위해서요. 어릴 때는 전집보다는 단행본을 많이 읽히고 싶어서 어린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가 많이 읽혔어요. 아이 둘과 저랑 남편 이렇게 4명이 회원 가입되어 있으면 한 번에 4권씩 해서 16권 정도를 2주간 읽을 수 있거든요. 하루는 어린이 책이 꽂혀 있는 책장 앞에서 책을 고르는데 사서 선생님께서 물으셨어요. “찾으시는 책이 있으세요? 도와드릴까요?” 그래서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읽을 만한 책을 찾는다고 말씀드렸더니 “고르지 말고 보이는 거 다 읽히세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황당했어요. 어떤 걸 다 읽히라는 건지..
책꽂이 한 칸에 꽂혀 있는 책을 그냥 모두 빌려가라는 말이었어요. 가져가서 아이가 골라서 읽을 수 있게 하라고요. 모두 읽으면 더 좋고 분명히 아이의 취향이 드러날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엄마의 취향대로만 읽히면 그것도 책에 대한 편식이 될 수 있으니 관심을 덜 갖는 책을 엄마가 살펴보고 그것에 대한 노출도 꾸준히 시켜주는 게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맞는 말인 것 같아서 그렇게 했더니 정말 사서 선생님 말씀대로 아이는 책을 빌려간 2주 동안 여러 번 읽는 책도 있고 한 번도 읽지 않는 책도 있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픽션에 관심이 있는지, 논픽션에 관심이 있는지도 알 수 있었고, 글 밥이 많은 책을 좋아하는지 그림이 많은 책을 좋아하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도서관에 가서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르게 아이의 책 읽는 취향을 알 수 있게 되어서 사서 선생님 말씀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규모가 작은 어린이 도서관을 자주 가다 보니 도서관에서 서가 정리를 분기별로 다르게 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어요. 그 많은 책을 여러 가지 기준으로 다시 배열을 하시더라고요. 한 번은 작가별로 책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책꽂이 한 칸 통째로 있던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12권쯤 빌려다 주었더니 아이가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분석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요? 아무튼 아이가 같은 작가의 책 여러 권을 같은 시기에 읽다 보니 이 사람은 어떤 얘기를 주로 한다던가, 작품에 매번 고릴라가 등장한다던가, 가족 얘기가 많다라던가, 주인공 아이가 이런 마음 일 때가 많다 던가 등등 작가가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씩 해주더라고요. 자신의 느낌도 솔직하게 얘기하고요. 작가의 마음을 느껴가는 것 같았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 아이들이 읽는 책은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쯤 되었을 때 그림책 앞에서 빌려갈지 말지를 망설이는 저에게 사서 선생님은 고민 마시고 빌려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글 밥이 좀 더 있는 책을 읽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좀 더 커서 나중에 긴 글의 책을 한 호흡으로 읽기 어려워할 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고민하는 저에게 사서 선생님의 말씀은 다시 한번 그림책을 집어 들게 했었어요. 글씨 읽는 연습용으로 책을 읽는 게 아니라면 그림책이 어린아이에게는 훨씬 더 좋다고요. 그 나이에는 한 장의 그림이 한 장의 글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으로 독서를 하게 만드는 힘이 생기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림책은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읽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키워지는 것 같아요. 우려와 달리 어느 순간 그 그림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 같은 책을 다시 읽어보려고 하더라고요.
집 앞 도서관을 이용하다보면 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상호대차를 이용하면 됩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여러 구립도서관들이 다 묶여 있어요. 한 군데에서만 회원가입을 해 놓으면 우리 동네 안에 있는 모든 구립도서관들의 책을 이용할 수 있어요. 거리가 멀어도 상관없어요. 홈페이지에서 대여신청을 할 때 대여 장소를 내가 찾아가기 편한 가까운 장소로 지정해 높으면 되거든요. 상호대차는 이용 권수가 더 추가되어 한 번에 더 많은 책을 빌릴 수 있어요. 또 저 같은 워킹맘이라면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가까운 장소에서 대여할 수 있도록 상호대차를 신청해놓으면 도서관에서 책을 찾고 고를 시간도 아낄 수 있어요. 상호대차가 신청되어서 가져 다 주신 책만 쏙 빌려 오면 3분 주차로도 도서관 이용이 가능합니다.
결국 또 엄마가 부지런해야 하는 건가 봅니다.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오늘도 힘내어 도서관에 가봅니다.
책 속에서 힐링을 하고 책 속에서 삶의 지혜를 생각할 수 있는 힘이 키워지는, 그래서 책을 나의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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