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백화::슬기로운 공부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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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학생이 되었나요? 자녀가 고3이 되었나요? 괜히 고3이라고 하니 마음이 긴장되고,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올해만 무사히 잘 버티자고 다짐도 하게 됩니다.

 

고3 심리 체험
고3 월별 심리

1월

1월입니다. 아직은 고2인 것 같지만 3학년 선배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 이제 3학년은 우리라고 합니다. 떨림과 설렘이 오락가락 마음에서 요동칩니다. 이번 겨울이 공교육 12년의 마지막 겨울방학입니다. EBS 수능특강도 과목별로 다 샀습니다. 열심히 해볼 겁니다. 그런데 열심히 하려고 마음은 먹지만 1시간도 안돼서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게 됩니다. 다시 힘을 내어 책을 펴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자기 마음이 잘 잡히질 않습니다. 하루 종일 공부한다고 책상에 앉아있는데 되돌아보면 공부한 시간은 6시간도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2월

2월입니다. 벌써 새해가 한 달이나 지났습니다. 방과 후 수업도 다 끝났고 설날도 지났습니다. 어렸을 때는 세뱃돈 받는 설날이 무척이나 기다려졌는데 이제는 어른들의 한마디가 부담스럽습니다. 고3의 "3"짜만 들어도 압박감이 생깁니다. 그냥 독서실이나 갈걸 그랬습니다. 잠을 자더라도 어느새 독서실에서 엎드려 있는 게 편해졌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한 것도 없는데 벌써 2월이 다 갔습니다. 다른 달보다 고작 이틀 없는데 달력이 왜 이렇게 빨리 넘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해 논 것도 없는데 3월 새 학기가 다가옵니다.

 

 

3월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친구들의 눈빛이 반짝거릴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들 나처럼 지난 두 달의 겨울방학을 후회하는 모습입니다. 곧 담임선생님과의 상담도 있습니다. 그동안의 부진했던 성적을 어떻게 올린다고 말해야 할까요? 정말 올릴 수 있을까요? 걱정됩니다. 상담이 끝난 친구들은 교실로 돌아와 하나둘씩 훌쩍입니다. 아직 상담을 하지 않은 친구들은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 걸까요? 첫 번째 모의고사를 봤습니다. 성적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은 시험이 끝나면 바로 등급컷이 인터넷에 뜹니다. 잘 봐도 못 봐도 시험은 항상 아쉽습니다. 수시냐 정시냐 벌써 정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아직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10년 후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4월

벌써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하나 봅니다. 내신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1학기로 내신이 끝나고 나면 수시모집을 위해 원서를 써야 하니 한번 한 번의 정기고사가 수능과 같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모의고사가 또 있습니다. 1, 2학년 때에는 1년 동안 두 번 정도 보던 모의고사를 고3이 되고 나니 어째 매달 보는 것 같습니다. 벌써 두 번째 모의고사를 치렀습니다. 시험이 잦으니 교실 자리도 항상 시험 대형입니다. 문제집으로 넘쳐나는 사물함, 사물함 위 독서대에는 프린트가 한가득, 사물함까지 움직이기도 귀찮아져서 책상 의자 사이에 끼워놓은 쌓여가는 책들, 교실만 봐도 고3 교실이란 게 느껴집니다. 점점 작아지는 교복, 체육이 없어도 항상 입고 있는 체육복, 이렇게 고3이 되어갑니다.

 

 

5월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습니다. 5월은 어린이달이라고 하는데 저는 어린이라 아니랍니다. 달력에 빨간 날이 넘쳐나는데 고3은 상관없나 봅니다. 자기소개서를 한번 써볼까 했는데 해놓은 것이 없어서 쓸만한 주제가 안보입니다. 중간고사도 끝났는데 우울해집니다. 학교에서는 갑자기 각종 경시대회를 봅니다. 수상기록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야 하니 나름 열심히 참여해봅니다. 수행평가도 몰아칩니다. 활동 내용에 대한 과정을 기록해야 하니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친구들도 모두 열심히 참여합니다. 이렇게 벌써 5월이 흘러갑니다.

 

 

6월

평가원 주최 모의평가가 있다고 뉴스에도 나옵니다. 수능을 주관하는 평가원에서는 6월과 9월, 두 번의 모의평가를 치르게 해 줍니다. 소문에는 종이질도 수능 종이와 똑같고, 탐구 봉투까지도 실제처럼 해볼 수 있는 실전의 느낌이 나는 시험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중간고사 성적도 나왔고, 평가원 모의고사도 봤으니 수시와 정시 중에 나에게 유리한 전형을 스스로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는 실제 고3뿐만 아니라 반수생도 응시합니다. 재수생보다 더 무섭다는 반수생, 3월부터 대학 입학해서 실컷 노는 듯 보였는데도 반수생 일부분이 응시하면 우리의 등급은 떨어집니다. 왜 그런 걸까요? 우리는 공부만 하는데도 왜 반수생보다 성적이 낮게 나오는 걸까요? 이런 게 머리가 컸다고 얘기하는 걸까요? 의욕상실입니다. 이제 곧 기말고사를 볼 텐데 걱정이 앞서지만 다시 한번 자세를 고쳐 앉아봅니다. 그래도 햇볕 좋은 날 졸업사진도 찍었습니다. 고민과 걱정은 곱게 화장한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소풍도 없는 고3 생활에 졸업사진 찍는 날은 마음에도 쨍한 햇볕을 담는 시간입니다.

 

7월

기말고사가 다가옵니다. 올 것 같지 않았던 시간들이 빨리도 다가옵니다. 기말고사만 끝나고 나면 우리의 3년간의 내신이 산출됩니다. 그리고 학교생활 기록부가 기록됩니다. 나에 대한 활동 내용 평가는 어땠을까요? 궁금하지만 볼 수 없습니다. 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랍니다. 담임선생님도 힘들어 보입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생활기록부에 담아주시려고 퇴근도 못하고 애쓰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수시 원서 6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상담받았습니다. 나름 낮춘다고 낮춘 건데 어림도 없다고 얘기하십니다. 더워지는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겨울방학에 사둔 EBS 수능특강을 아직 다 보지도 못했는데 EBS 수능완성이 또 나왔답니다. 이런.. 수능 연계 교재라고 하니 안 보자니 찝찝하고 보자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정시로 대학 갈 것도 아닌데 수능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스치지만 정시모집인원이 늘었다고 뉴스에도 나옵니다. 수능 준비해야 하나 봅니다. 이 와중에 모의고사도 또 봤습니다. 매월 보는 것 같습니다. 이제 떨리지도 않습니다. 필통에는 항상 컴사가 준비되어 있고 수정테이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수능에 실전대비를 해가나 봅니다.

 

 

8월

여름방학은 짧기만 합니다. 하긴 방학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할머니 댁 가서 시원하게 수박 먹으며 누 워쉬던 여름방학은 초등학생이나 누릴 수 있나 봅니다. 벌써 개학입니다. 개학과 동시에 자소서 완성해야 합니다. 이제 곧 수시 원서 모집기간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성적이 비슷한 친구들은 어느 대학을 썼을지 참 궁금합니다. 그래도 물어볼 수 없습니다. 이제 와서 나의 진로를 바꾸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실은 살얼음판입니다. 친구들이 참 예민해졌습니다. 그래도 점심시간, 저녁시간은 여전히 즐겁습니다. 앞으로 학교에서 급식을 얼마나 더 먹게 될까요? 졸다가도 일어나서 급식 먹던 이 시간이 참 그리울 것 같습니다. 수능 100일 전이라고 뉴스에 나옵니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시험날짜가 수능 말고 또 있을까요? 시험 볼 때 방해될까 비행기도 뜨지 않는 나라, 교육에 열정적인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수능 원서를 썼습니다. 어디에서도 써 본 적 없는 꾹꾹 눌러쓴 정자로 내 이름을 씁니다. 이름 옆에 서명도 해야 하는데 사인한 친구는 선생님한테 혼이 납니다. 연예인이냐며. 긴장 속에서 한바탕 웃습니다. 정말 수능을 보긴 보나 봅니다. 어느 학교에서 시험을 보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9월

수시 원서를 접수했습니다. 접수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합니다. 이제 마음을 다잡고 수능 준비를 해야 하는데 왠지 수시로 붙을 것만 같아서 집중이 잘 안됩니다. 추석이 다가옵니다. 또다시 발걸음은 독서실로 향합니다. 국어를 공부하다 수학을 공부하고 그러다 좀 졸면 벌써 어두워집니다. 해가 참 짧아졌습니다.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이제 보던 책들을 하나씩 정리해 가야 하는데 책상 위에 책들은 왜 이렇게 깨끗할까요? 나중에 보려고 야껴뒀던 책처럼 깨끗해서 불안해집니다. 마지막 평가원 모의고사를 봅니다. 이제는 재수생, 반수생 할 것 없이 올해 응시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응시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등급이 쉽게 오르지 않는 건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10월

드디어 학교에서도 자습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타종도 수능시간과 똑같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정리할 시간이 주어지니 이제 조금씩 실감 납니다. 다음 달에 수능을 본다는 게 말입니다. 수능 100일 전, 90일 전, 80일 전을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3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빨리 수능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수능을 보고 나면 하고 싶은 일들을 버킷리스트에 담아뒀습니다. 잘 봐야 좋을 테지만 지금은 그냥 빨리 봐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도 봤습니다. 시험에 점점 둔감해지는 느낌입니다. 3월, 4월, 6월, 7월, 9월에 이어 6번째 모의고사입니다. 이제 남은 7번째 시험이 수능이 되는 거겠죠?

 

 

11월

올 것 같지 않은 그날이 왔습니다. 아침부터 마음이 떨렸습니다. 매교시마다 받은 문제지를 풀고 또 풀고 나니 마지막 종이 울렸습니다. 끝나고 나오니 밖이 어둡습니다. 뭔가 허탈합니다. 이날을 위해서 그렇게 마음 졸이며 공부했었나 싶은 마음에 뭔가 울컥했습니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싶었는데 잠이 옵니다. 수험표 뒤에 답도 빼곡히 적어왔습니다. 가채점도 해봐야 합니다. 시험이 끝났는데도 아직도 떨릴 일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1년 동안 수험생활 열심히 한 나에게 스스로 손뼉 쳐줍니다. 애썼다.

 

 

12월

수능성적표가 나오고 하나둘씩 수시 원서 모집에 대한 결과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붙고 떨어지고 예비번호 기다리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역시 수능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하루하루를 완성하기가 쉽게 되는 일이 없습니다. 해가 바뀌고 날 좋은 3월에 나는 어디서 또 새롭게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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